너는 융자받니? 나는 투자받아!

제3장. 어떤 기업이 투자를 잘 받을 수 있을까?

1. 준비된 자와 준비되지 않은 자

 

필자가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쯤 되었을까? 전에 다녔던 대기업에 영업차 방문한 적이 있다. 마침 화장실에서 입사동기를 만났다. 그는 나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내가 참 부럽다고 말했다. 왜냐고 물으니 동기가 이렇게 대답했다.

“넌 네 맘대로 사업하잖아. 네 맘대로 돈 벌고, 하고 싶은 거 하는 네가 부러워!”

그러면서 자기도 회사 그만두고 나가서 사업이나 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이나’라는 말에 내가 동기에게 물었다.

“너, 한 달에 생활비 얼마씩 들어가니? 만약 다음 달부터 월급이 안 들어오면 어떡할래? 애들 학원도 못 보내고, 공과금이니 통신비니 그런 거 다 어떡할래? 와이프한데 대신 나가서 돈 좀 벌어오라고 말할 자신 있어?”

갑자기 심각하게 묻는 내 질문에 동기가 머뭇거리면서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더 덧붙였다.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어. 사업은 대용품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회사 그만두고 깨달은 건데 월급쟁이는 자신의 능력으로 투자받은 개인사업자야. 회사 사장이 직원들에게 투자하는 거고, 직원은 사장으로부터 투자받는 거야. 사업하지 말고 투자 받은 돈으로 착실하게 재테크나해!”

그 친구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회사에 계속 다니며 고참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1999년 1월경, 당시 필자는 유공 울산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유공이라면 울산 어느 주점에 가서도 유공 작업복만 걸치고 있으면 외상으로 실컷 술을 마실 수 있을 만큼 좋은 직장이었다. 사택도 제공됐다. 정유공장이니 유류비도 지원받았다. 3년이 지나면 사택도 분양받을 수 있었다. 24시간 공장을 운영하던 때라 삼시 세끼 모두 회사에서 싸게 먹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필자는 1998년에 과장으로 진급까지 한 터였다. 좋은 직장에서 7년 만에 과장을 달았으니 이만하면 직장생활에 성공한 셈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선택했다. 사연은 이렇다. 당시 정부의 IMF 극복 프로그램에 따라 국내의 거의 모든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었다. 유공도 예외는 아니어서 회사를 분사(分社)하기로 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 대졸 사무직을 제외한 고졸, 전문대졸 대상으로 명예퇴직과 분사하는 회사로의 이직을 권했다. 당시 부서의 50% 이상이 조정 대상이었다. 회사에서 정한 방침이라 어쩔 수 없었다. 명퇴를 하지 않고 분사하는 회사로 옮긴다 해도 자회사로 옮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직원들은 자회사로 옮기는 것을 망설였다. 신참 과장인 필자는 그들에게 동정이 갔지만, 회사의 방침을 따라야하는 부장님의 지시로 마지못해 직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대졸자들만 남게 된다. 그러면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이 생길 것이다. 또 원치 않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 분사하는 회사는 모두 같은 처지라 동병상련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니 새 회사로 옮기는 게 옳은 선택이다.”

필자는 직원들을 설득하면서 문득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그려봤다. 그러자 저쪽 건너편에 앉아있는 부장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필자는 자신에게 물었다.

“이대로 간다면 10년 후 나는 저 자리에 앉게 된다. 그리고 부서원들을 이끌게 될 것이다. 그 때 과연 나는 회사의 방침에 무조건 따를 수 있을까?… 아마도 임원이 아닌 이상 간부일수록 더욱 회사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여 필자는 유공을 그만두고 창업을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준비되지 않은 무모한 창업이었고, 준비되지 않은 자의 창업은 혹독한 시련을 앞두고 있었다.

 

이왕 창업을 할 바에는 울산이라는 좁은 바닥에서 하는 것보다 시장이 넓은 서울에서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필자는 가족들을 이끌고 처가가 있는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서울 낙성대 근처 까치고개에 2평짜리 점포를 얻어 ‘컴닥터119’ 가맹점을 오픈했다. 정유공장의 3,000명이나 되는 직원들 PC와 공정시스템관리는 물론 새로운 시스템 개발까지 했던 터라 PC에 대해서는 자신 있었고, 판매도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순식간이었다. 당시 486 중고 컴퓨터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야 했는데 판매가 순조롭지 않았다. 결국 자금은 금세 바닥났고,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더라도 가게를 팔 수 밖에 없었다. 몇 달 만에 자금은 바닥났고,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 줄 수가 없었다. 아내는 어린 두 딸을 하나는 업고, 하나는 손에 잡고 매일 가게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왔던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차마 부끄러워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창업의 결과가 혹독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20년 전의 아픈 과거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2013년 국가통계로 승인받아 창업진흥원과 공동으로 매년 중소기업 창업기업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창업기업에 대한 통계를 주기적으로 제공해 오고 있다.

2016년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복수응답 기준으로 창업 장애요인을 조사한 결과 창업자금 확보에 대해 예상되는 어려움이 67.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창업실패 및 재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26.9%, 창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능력, 경험의 부족 23.7% 순으로 나타났다.

 

창업은 사업의 시작이지 사업의 결과가 아니다. 그러므로 준비가 덜 된 사람에게는 충분한 자금이 주어져도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성공이나 투자의 출입구는 ‘준비’이다. 준비된 자에게 성공과 투자가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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